혹시나 이 홈페이지에 들를지도 모를 후배들에게 남깁니다.
(후배들만 보십시오.)
오늘 정말 오랜만에 학교에 들러 동아리방에 갔다가 마블을 보고 왔습니다.
당황(?)한 마음에 몇자 적고 왔습니다만... 시간이 좀 지나 마음을 가라 앉히고 다시 생각이 정리 되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마블이 여러분에게 어떤 존재입니까.
그냥... 잊지 않고 사료를 챙겨주고 가끔 들러서 마블의 애교를 보며 잠시 흐뭇함을 느끼는 정도인가요? 혹시 그렇다면 지금 당장 마블을 놓아주고 잊으시길 바랍니다. 겨울이 오기전에 바깥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한 지금 놓아주시길 바랍니다.
그럴 마음은 없으신가요? 계속 사람 곁에 두고 싶으신가요? 그렇게 기르신다면 냥이들은 자신의 삶의 대부분을 여러분에게 의지하며 살아가야만 합니다. 그리고 이건 냥이들의 선택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냥이들에게 그런 자유를 박탈했다면, 여러분이 가둔 그 생명에 대해 필요한 만큼의 책임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마블이 원하는 만큼의 교감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블이 원하는 만큼의 애정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바랍니다.
마블에게서 받는 만큼의 애정을 마블에게 돌려주고 계신가요? 혹은 돌려줄 계획이신가요? 그렇다면 마블을 계속 기르십시오.
하지만... 제가 잠시 만나본 마블의 모습에서는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났습니다.
사람곁에서 살게될 마블에게 있어서 성장기인 지금 시기는 사람에게서 충분한 애정을 받으며 지내야 할 시기입니다. 마블이 지금 외로워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마블이 혼자 동아리방에서 외로워 하고 있을 모습이 떠올라서 기회가 생기는 데로 마블에게 달려가 시간을 함께 보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제가 하는 말은 불필요한 잔소리일 뿐이겠지요. 하지만... 낯선 저를 보자마자 그렇게 열심히 애절하게 애정을 갈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블이 행복해 보인다고 생각하기는 무척 어려웠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마블이 혼자 지내는 시간을 떠올리며 가슴 아파하고 마블에게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해주지 못해서 안타까와 하고 있다면... 그래서 더욱 마블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제 장황한 글을 참견쟁이 선배의 쓸데없는 잔소리를 여기셔도 됩니다.
하지만, 그리 생각하지 않으셨다면... 마블의 생명의 무게에 대해 그만큼 고민하고 있지 않았다면 제 글을 따끔한 충고로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마블에게 비록 가혹한 환경이지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삶을 주시거나...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사람의 애정을 충분히 받으며 지낼 수 있는 환경으로 입양 보내 주십시오.
어떤 선택을 하든... 제가 도울 수 있는 만큼 돕겠습니다.
마블이 사람곁에서 살게 될 때, 앞으로 살아갈 세월은... 짧아도 십여년입니다. 길다면 이십여년이 될 수도 있겠죠. 반면, 길에서 살게된다면 몇년이 될 것입니다. 짧고 고통스럽긴 하지만 자유로운 삶이겠죠. 마블이 남은 생을 어떻게 살게 될 것인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부디 심사숙고 하시길 바랍니다.
yayar
2005/08/10 01:52
2005/08/10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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