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의 관계에서 보지 못했던 것... :: 2005/03/11 00:48
라라에...
꾸냥이와 테라가 요즘은 무척 즐거워 하는것 같더라.
테라는...
예전에는 장난감으로 놀아주면 구석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달려나와서 장난감 옆을 스쳐지나가는게 고작이었지.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마치 "장난감 가지고 놀려는게 아니라 그냥 지나던 길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듯이...
테라의 성격이려니... 했었다.
꾸냥이도 장난감에 대한 반응이 예전만큼 열광적이지가 않았었지. 아마도... 장난감에 질려버렸다고 생각했었어. 다른 장난감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네가 떠났음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꾸냥이와 테라가 좀 서운했었단다.
게다가... 좀 지나니... 조금만 놀아줘도 둘이 무척 좋아하며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 둘을 혼내기도 했었지. 라라에 언니가 떠났는데 뭐가 그리 좋으냐고... 라라에 언니가 없어서 그리 기분이 좋으냐고...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꾸냥이와 테라도 너희들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 같다. 마음껏 놀지 못할 정도로. 물론, 네가 받은 스트레스나 네가 견뎌야 했던 외로움에 비하면 새발의 피 정도 밖에 안되겠지만...
테라가 그렇에 열심히 노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더군. 예전에는 공을 던져줘도 무심히 공만 바라보고 말았었는데...
한편으로는 꾸냥이와 테라의 지금의 그런 모습이 서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희들에게도 고양이들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런점을 무시해 왔던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네가 처음 업둥이로 들어왔을때... 너의 두 자식들을 입양보내기 위해 몇달간 시간을 보내다가 너와 함께 지내기로... 다른사람에게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었지. 사람에게 정을 주는 네 모습이 너무 예뻤기 때문이었어.
그런데... 너와 함께 지내고 싶어하는 우리의 바램뿐 아니라... 너희들의 사정 역시 함께 심각하게 고려했었어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단다.
너희는 인형이 아닌데... 당연히 너희 역시 너희들의 관계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그로 인해 상처받을 수 있는 존재들인데....
한 생명의 운명의 방향을 결정짓는데에... 너희들이 스스로 결정하지 않은 그 새로운 관계로 인해 너희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고려하지 않고... 단지 우리들만의 바램만을 판단기준으로 삼았었다니... 참 모자랐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게까지 하지 못했었다면.... 새로운 관계가 너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체 결정을 내리고... 그 이후 너희들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았다면... 그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을 했어야 했겠지....
우린 그 노력이 많이 부족했었던 것 같다.
참 어리석지... 눈에 뻔히 보이는 것을... 너희들이 이미 오랜 기간동안 너희들의 문제를 알리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그걸 계속 봐왔음에도 눈치를 채지 못했어...
그리고는... 이렇게 뒤늦게 깨닫고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단다.
우리를 미워하지 말아줘....
네가 다시 우리를 찾아오는 날에는...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이도록 할께...
많은 것을 가르쳐 줘서 고맙단다. 항상 받기만 했지만... 다음 만남에는 우리가 많이 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