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있니? :: 2005/03/08 04:16
컴퓨터가 있는 이 방에서는 네 모습이 별로 보이지를 않는다.
이 방은 네방이 아니었지.
라라에... 네가 가장 들어오기 싫어하던 방이었지... 꾸냥이와 테라의 영역이었으니까...
난 이 방을 나가기가 싫단다.
이 방을 나서면 네 모습이 자꾸 보이거든....
내 귀가를 맞이하던 현관...
가끔씩 느긋하게 누워 있던 의자...
꾸냥이와 테라를 피해 자주 숨어 있던 밥상 밑...
햇볕쬐던 창가...
산책하던 베란다...
네가 긁어서 다 헤져버린 발톱긁게... 그래 그건 너만의 물건이었어.
의자에도 네 발톱 자국이 가득히 남아 있단다.
부엌에를 가면 밥을 보채던 네 모습이 보이는구나.
음식쓰레기를 탐하다가 내게 들켜서 후다닥 튀어 나오던 모습도...
네가 가장 외로웠을 그 기간에 나는 춥다는 이유로 유일하게 너의 영역이었던 작은방을 멀리했었단다.
이상하게도... 지금 네 방은 너무나 추워서 들어가기가 싫더구나.
너는 그방 내 옷걸이 밑에서...
그 속에 앉아 있다가 내 눈을 마주치면 걸어나와 내 손길을 원하곤 했었지...
나와 테라네가 하루 종일 집을 비우다가 집에 돌아와서도 컴퓨터에 앉아 남은 일을 하던 그 기간동안의 아침은 내게 너무 행복한 기간이었단다.
네가 그 어느때보다도 내게 몸을 많이 부볐던 때였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큰소리로 울어대며 내게 몸을 부비던 그 모습을 떠올리기가 가장 힘들단다... 네가 가장 외로워 하던 때라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거든...
네가 분명히 떠났는데...
이 방을 나서면 자꾸 네 모습이 보인다...
담담해지려고 하는데...
내 머리속의 허상인 줄 뻔히 아는데... 깜빡깜빡 놀라곤 한단다.
그래서 이 방을 나서는게 무척 두려워...
미안해...
슬픔에서 도망치지 않으려고...
네 사진을 꺼내서 보고 있단다.
네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있으면...
너의 마지막 숨결이 떠올라서...
그 작은 떨림이 떠올라서...
참을 수가 없게 되버려...
내가 너무 어리석어서...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잠을 잘 수 없는 이 밤에도 너의 마지막 모습과 이제서야 깨달은 너의 외로움을 곱씹으면서 또 얼마나 뒤척이게 될까...
언젠가... 네 모습이 보여도 가슴이 아프지 않게 되는 날이...
그날이 올때까지 슬픔에서 도망치지 않을 생각이란다.
너를 그렇게 보내버린 나에게...
그런 나에게 너는 선물을 하나 주고 갔더구나.
슬픔은 느껴야 한다는 것...
참고 잊는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만큼 느끼면서 흘려 보내야 한다는 것....
고맙다.
사랑해... 다음에 만날때는 내가 너에게 더 큰 사랑을 가르쳐 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