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만난 홀리스틱 수의사는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였습니다.
병원은 주택가의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이더군요.
음..소감을 말하자면,상당히 만족스런 진료였고 테라의 치아에 대해 상대적인 것이지만 어느정도 안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들
30-40분에 걸친 긴 상담시간 동안 의사는 자신이 아는 지식과 방법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저희가 불안함이나 강요받는다고 느끼지않도록 무척 세심하게 배려하는 모습이었습니다.--->한국 수의사들 하고 어찌나 비교되는지.. 오히려 기본 진료비가 비싼대도 그에 걸맞게 지식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진료시간과 서비스 질이 굉장히 높고 양심적인 진료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도 진료비가 훨씬 적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테라의 치아는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테라는 유전적으로 약한 치아를 갖고 태어났고 너희가 잘 못한 건 없다." 라는 의견이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치아 건강 얘기를 예로 들면서 설명해주더군요. 치유될 수 없는 치아 4-5는 뽑아야 하지만 이를 모두 뽑아낼 필요는 없다고 했습니다.
또, 이에 대해 어떤 의사들은 잠재적인 질병유발 요인이므로 모두 뽑아내야 한다고 주장 하거나 남겨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혹은 단지 보기 싫어서 모두 뽑자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신은 그런 관점에 비판적이라 말했습니다.
철학(관점)의 문제라고 하면서요.
저도 필요하다면 이를 몇개 뽑아야할 거라고 마음먹고 있었고 댄싱캣의 수의사 낸시가 지금 선별해서 뽑더라도 결국 이가 다 안좋아져서 모두 뽑아내야 할 것 이란 의견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닥터 포스터(할아버지 의사)의 이런 의견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러운 사실을 말해주겠다고 하면서, 고양이는 이가 없어도 먹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은 음식을 씹지 않고 꿀꺽 삼켜버린다는 것이었죠. 전에 언뜻 들어본 얘기이고 닥터 낸시도 이를 뽑아도 지장 없다고, 자기 고양이는 이를 모두 뽑고 17살까지 살았다고 했지만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였는데..오늘은 자세한 설명에 한결 안도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테라는 이를 몇개만 뽑을 거니까요..
뽑을 이를 고르려면 엑스레이를 찍어야하지 않냐고 물어보니, 자신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치아의 상태를 보고 너무나 명백하게 회복불능의 치아만 뽑을 건데 자신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치아 엑스레이 사진은 따로 장비가 있는 병원에 가서 찍어야하고 무척 비싸기 때문에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정 원한다면 그건 우리의 선택이라고 하긴 했지만.. 보호자의 입장을 고려해서 불필요한 검사를 권하지 않고 자신의 자신감, 책임감을 보여주는 태도에 신뢰가 갔습니다.
의사는 안좋은 치아들을 뽑으면 테라도 편해지고 더 건강해질거라 말했습니다..
암튼 치아는 그렇게 급한 문제가 아니고 일단 방광염 치료부터 해야하는데.. 며칠간 피도 거의 사라지고 호전되는 듯 보였던 방광염이 어제 저녁부터 다시 안좋아진 것 같았습니다. 화장실도 다시 자주 가고 피도 다시 보이고..ㅜㅜ 도대체 이유가 뭔지..
원래 치유과정이 증상의 상태가 오락가락 하면서 호전되는 것인지.. 그간 싫어하는 약 먹이느라 스트레스가 쌓여서 나빠진건지..테라 걱정에 아주 우울했습니다.
닥터 포스터는 쉽게 나을 수 있는 방광염이 있고 어려운 방광염이 있는데 어려운 쪽은 몸의 시스템 이상 때문이라고 했습니다만, 아직 테라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전 테라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보았을 때 심각한 쪽은 아닐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일단 이미 처방받은 동종요법 약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조금 다른 약을 처방하기로 했고, 식이요법은 전에 사온 보충제와 자연식으로 계속하고..다른 선택으로 항생제도 있다고 얘기했을 때, 제가 항생제 사용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즉시, 쾌활한 어투로 자기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동의해주더군요..
그리고 침을 맞아보라 권했습니다. 사실 이 의사샘이 지난 주에 시카고에서 열린 대체수의학 관련 학회에 다녀왔는데 침술등에 대해 배워왔다고 하면서(예전부터 배워왔다고..) 재밌는 얘기를 해주겠다고 들어보라고 합니다. 그 곳에 중국, 타이완, 일본 수의사들이 많이 왔다고. 침술을 아냐고 저희에게 물어봅니다. 고대국가 시절 침술을 창시한게 한국이고 중국에 비해선 모르겠지만 중국과 다른 독자적이며, 일본보단 훨씬 앞선 침의학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아는 입장에서 씁쓸한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침술은 한국의 전통의학이고 사실 처음 만들어진것도 한국이다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뭐, 별로 관심은 없어보이더군요..
테라의 치아문제가 체질적 특성과 함깨, 몸에 쌓인 열이 빠져나가지 못한것이 원인이고 신장과도 관련 있다는 글을 한방 수의학 책(깨몽 책 제본한..)에서 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자신은 중국 허브요법이나 중국전통의학에 대해 잘 모른다고, 침술만 한다고 대답하더군요.(예상했지만 좀 실망.. 근본적인 원리 이해 없이 어떻게 침술을 행한단 말인가..)
하지만 원한다면 대체 수의학 동료들 중에 그쪽으로 공부한 의사들이 있으니 물어봐주겠다고 합니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하는 침술은 어떤 것일까? 하는 호기심과 테라한테 도움이 될까 하는 맘으로 침을 맞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하는 침술은 바늘을 찌르는 게 아니라 주사기에 액체를 채워서 혈자리에 살짝 주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침을 놓는 제대로 된 방식보다 기술적으로 아주 쉽고 의사로써 익숙한 방법이라 만들어진 서양식 개량(사실은 거의 짝퉁) 침술인 것 같습니다.
액체가 뭐냐는 건 별로 중요해보이진 않는데, 어쨋든 비타민B12였습니다.
닥터 낸시는 제대로 된 침으로 놓고 있는 사진을 보았는데.. 이 할아버지도 더 배우면 그렇게 진화하려나..?
액체가 채워진 주사기로 테라의 몸 여기저기를 10-20여 차례 가볍게 주사하고 끝. (아아..효과가 있으려나? 좋은 경험했다는 생각입니다만.)
의외로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한번 더 맞으러 오라고 합니다. 이번 치료비에 포함되니 돈은 안 받는다고..효과가 미미해도 공짜는 마다할 수 없기에 금요일 오전에 가기로 했습니다. 제 예감에 동료들에게 받은 조언을 얘기해줄지도 모르겠고, 추가로 돈도 안받고 하는 걸 보니 의사가 침술을 더 연마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 손해보는것도 없는데 도와주지 뭐..하는 심정입니다.
지금 테라는 또 다시 증상이 호전되는 걸로 보입니다. 피도 다시 옅어지고 있고, 화장실에서 머무는 시간도 짧으니까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컴퓨터 옆에 누워 세상 모르고 자고 있군요..
사실..
테라가 아픈 이유가 우리 인간 하인들을 돕기 위해서라고 어려풋이 느끼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다음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인간들 곁의 동물친구들이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돕기 위해 에너지적으로 인간들의 고통이나 불균형을 일정 부분 자신의 몫으로 책임지고 있다는 글과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라라에의 경우도 그렇고... 내가 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사랑해주고 있는거라 착각해왔지만 반대로 고양이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우리를 항상 보살펴주고 지켜주고 있구나. 우리를 우리 자신보다 더 사랑해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라라에가 죽던 날 저는 타로카드와 점성술학을 업으로 삼고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도대체 갑작스런 이 모든 일의 이유를 알고 싶었고 진짜로 라라에가 우리 곁을 떠날 것인지 누구에게든 묻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타로점을 펼치지 않았고, 단지 한가지만 얘기해주었습니다.
라라에가 너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다..고.
그때는 제가 여태까지의 세월중에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 느끼는 때였고 저는 인생과 가치관의 큰 변화들을 목전에 두고 안개 속에서 길을 잃고 정처없이 헤메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아직도 라라에의 죽음을 통해 제가 무엇을 배웠고 무엇이 변화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라라에가 저를 위해 많은 것을 해주었음을 확실히 느낍니다. 주제는 '죽음' 이었구요.. 라라에가 저희에게 말해주고, 도와주려 했던 것을 가슴으로 완전히 받아들이기는 슬픔때문에 아직 힘들지만, 언젠가 받아들이게 되리라..는 걸 압니다..
테라에 대해선..
어제 타로를 펼쳐보았습니다.
삶의 변화 속에서 균형과 조화 찾기.
오늘 병원행에 대해선..
혼란스러운 결과, 상황이지만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
고맙다, 테라야.
미안하다, 사랑한다. 내 사랑스런 고양이들아.
yayar
2005/11/23 12:43
2005/11/2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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