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며칠전에 있었던 사건 :: 2008/03/11 05:09
바쁜 시간을 쪼개서 오후에 잠깐 눈 좀 붙이고 있다가 거실에서 들리는 큰 소리에 퍼뜩 잠이 깼습니다. 고양이들끼리 아주 목숨 걸고 싸우는 듯한 큰 소리가 나더군요. 요즘 이 녀석들이 이 정도까지 싸우는 일은 없었는데 우쒸~ 하면서 달려나가 봤더니...
테라와 꾸냥이가 쪼매난 샴고양이에게 달려들어서 집단 구타(!!!)를 하고 있었습니다!!
꾸냥이는 얼마 안 지나서 뒤로 물러나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테라는 곁에 다가가기 무서울 정도로 큰 소리를 내며 그 무단침입 고양이를 코너로 몰고 있었습니다.
이게 웬일? 저 녀석은 어쩌다가 우리 집 거실에 들어와 있지? 아, 창문을 열어놨었구나. 호기심 많고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이 동네 고양이 한 녀석이 마실 나왔다가 열려 있는 창문을 보고 호기심에 냉큼 들어왔는데 성질 드러운 한국산 똥괭이들한테 걸려서 쥐어터지고 있는 상황이네. 에효.
그리하여, 일단 큰 소리를 내서 둘을 잠시 움추러들게 한 뒤, 저는 테라를 한쪽으로 몰고 테라네는 겁 잔뜩 먹은 그 녀석을 창밖으로 내보내려고 몰았습니다만.... 이녀석이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건 쉬웠나 본데 다시 올라가지는 못하네요. 평소에 꾸냥이는 한 번에 올라서고 테라는 중간에 있는 책장을 한번 밟고 올라서는 높이인데 이 녀석은 아직 들컸는지, 아니면 울 나라 고양이들의 운동 능력이 더 좋은 건지, 책장 위에 올라서서도 창문 위로 올라가질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테라네가 조심스레 안아 올려서 내보내 주고 창문을 닫았습니다. 테라네 말로는 동공이 있는 데로 다 커진 체로 입 꼭 다물고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고 하네요(상상 되시죠?). 무서웠겠지... 미국에서 호의적인 환경에서 룰루랄라 귀하게 자라던 녀석이 소시지 얻어 먹으며 학대(확실치 않음) 받으면서 유년기를 지낸 한국 똥괭이 깡다구에 많이 놀랐던 거겠죠.
이렇게 해서 울집 테라 다시 한번 동네 깡패묘의 자리를 굳건히 했다는 얘기. 그리고 보니 테라와 같이 살고 있는 꾸냥이가 대견하네. ^^
성질 좀 죽여라 테라~~~
* 그리고 보니 며칠 전에도... 그때는 이쁘장한 러시안 블루 한 녀석이 창문 사이로 고개를 빼꼼 두세 번 내밀어 쳐다보고는 바로 떠났기 때문에 다행히 아무 일도 안 일어 났었습니다. 넌 운이 좋았다.
** 이제 학회 준비 다 끝내고 내일 비행기 탑니다. 지난주는 며칠간 두세 시간 정도밖에 못 잘 정도로 바빴었는데 대충 준비가 끝나니 오히려 여유롭네요. 학회준비 하느라고 평소 일 년간 할 공부를 며칠 만에 다 해버린 듯. ^^a(평소에는 게을러서 공부 안 한다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