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채식 시키지 마세요! :: 2005/06/02 22:39
고양이에게 채식 시키지 마세요!
제목이 꽤 쇼킹(?)하죠? ^^a
글 마지막까지 읽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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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아시다 시피...
저희는 고양이들에게 자연식을 만들어 먹이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익힌 육류 위주의 자연식'의 경우 동물성 식품이 식재료의 절반 정도 됩니다. 저희가 만들어 주는 자연식의 경우는 이런 자연식에서 동물성 식재료의 양을 최대한 줄인, 즉 재료의 20~25%를 동물성 식품으로 만든 자연식입니다.(건조 중량 기준입니다. 단순히 얼만큼을 먹인다는게 아니라 얼만큼의 영양을 섭취하는가를 따져본다면 수분을 제외한 건조중량으로 비교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채식에 가깝긴 하지만 채식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채식에 가까운 자연식'이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이렇게 먹이는 이유는... 우리 고양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다른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른 글에서도 가끔 언급했다시피... 저희 고양이들이 자연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위해 다른 동물의 생명을 끊고 자신 역시 그 자연의 법칙속에 생명을 내맡기는 삶을 살고 있다면 이런 고민을 할리가 없겠죠. 그것이 자연속에서의 균형이고 완벽함 그 자체일 테니까요. 하지만 인간의 품에서 보호 받으며 인간의 식도락을 위해 비인도적인 희생을 당하는 동물들의 사체를 포식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달리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역시 채식을 합니다. 잡식동물 중에서도 초식 동물에 가깝다는 인간은 최소한의 육류 섭취만으로도(혹은 육류를 전혀 섭취하지 않고도) 정상적으로 생명을 이어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단지 자신의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량의 육류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개체수의 동물들을 비인도적인 환경에서 사육시키며 도축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 한명이라도 육류 섭취를 포기하면... 그리고 이렇게 실천하는 모습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인간의 쾌락을 위해 다른 생명을 손쉽게 살해하는 행위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으로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채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정도로 어설픈(?)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동물성 식품중에서 생명을 빼앗아서 얻는 식품이 아닌 것들(유제품 등)과 생선에는 엄격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생선도 안먹었었지만... 대한민국에서 그정도의 엄격한 채식은 사회생활(?) 자체를 어렵게 만들기에... 거기까지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모순이라고요? 생명에 대한 동정심의 많고 적음을 따지는게 모순이라고요?
제가 묻겠습니다. 당신은 개고기를 먹습니까? 당신은 원숭이 고기를 먹습니까? 당신도 모든 동물을 다 먹는건 아닐겁니다. 왜죠?
인간이 전통적으로 잡아먹어왔던 가축들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졌거나,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무튼 어떤 이유로 동정심을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아니, 동정심을 무척 적게 느끼는 경우도 있겠죠. 혹은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동정심을 외면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동물들에 대해선 동정심을 상대적으로 많이 느끼시겠죠.
사람은 각각의 생명에 대해 느끼는 동정심의 정도가 다릅니다.(이걸 이기적이라고 불러야 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중에서 저희는 동정심을 크게 느끼는 대상이 좀 더 많은 집단에 속할 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릇에 개고기나 원숭이 고기가 담겨져 있다면 그 개와 원숭이의 눈빛을 떠올릴 수 있겠지만, 생선이나 돼지고기라면 생명을 잃고 '음식'이 되버린 그 생명체의 눈빛을 떠올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희는 이중에서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먹으려 할때 돼지, 소, 닭의 모습을 떠올리는 사람일 뿐입니다. 그정도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환경보호론자들이 모든 개발을 반대하는게 아니라 환경파괴를 최소화 하는 개발을 주장하는 것처럼 저희 역시 모든 생명의 훼손을 반대하는게 아니라 생명 파괴를 최소화 하자는 것일 뿐입니다. 물론 생선을 먹는것도 꺼려지는게 사실입니다.
자신들의 생명을 내걸고 식량을 획득하는 자연의 냉혹한 질서에서 벗어난 만큼 자연을 파괴하고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가능한 최소한으로 줄이자는게 저희가 채식을 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자... 이런 가치관을 갖고 있다보니... 양계장이라는 (단기간 최대의 살을 찌우게 하기 위해 각종 항생제와 24시간 불을 켜놓는 등의)끔찍한 환경속에서 살다가 죽음을 맞게 된 닭들의 사체를 저희 고양이들이 안전한 안식처에서 포식하도록 할 수는 없었습니다. 불공평 하다고 느꼈습니다. 만약 그리 한다면 저희 고양이들이 인간의 잔혹한 행위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육류를 최소한만 사용할 수 있는 자연식을 시작한 것입니다.
물론, 저희는 저희 스스로 채식을 선택했지만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스스로에게 가하는 엄격함을 고양이들에게 똑같이 부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서 생선을 먹이는 것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외의 육류를 먹이는 것에도 그리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캔사료나 건조사료도 사다 먹이고 가끔은 소간 가루로 자연식 건사료도 만들고 아주 가끔은 닭육포도 만들어 먹여보곤 합니다.
혹시나.... 식품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질들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에서 섭취하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식물을 급여하는것이 위험한 일이 아니냐고 물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위험할 수도 있겠군요. 과연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따져봐야 할 일이 남아 있긴 하지만요.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그 기능을 이해하고 있지 못한 어떤 물질을 함유한 식물을 10~20%(생육식에서의 식물성 식품의 비율. 역시 건조중량) 먹일때에 비해 80%(저희 자연식에서의 식물성 식품 비율)를 먹이게 되면 그 물질이 4~8배 정도 초과하게 됩니다. 아무리 높아도 열배는 안넘겠죠. 이게 얼마나 위험한 일일까요. 적어도... 자연스런 음식을 통해서 서로 상호작용하며 섭취되는 수많은 물질들 중에서 사람이 그 특성의 일부를 이해한 극히 일부의 물질만을 분리, 추출, 혹은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그것들만을 다량(적게는 수배에서 많게는 수십배)으로 섭취시키는 경우보다는 덜 위험하겠죠. 게다가 식물에는 자연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물질들이 균형을 맞추고 있기까지 하고요.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 하면...
가끔... 고양이를 위한 자연식을 처음 시작할 때 육식과 채식을 두고 뭐가 더 나을지 저울질을 했었다는 글을 가끔 접하게 됩니다.
저는 이 사실이 무척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왜냐고요?
사람이 (최소한)잡식동물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채식을 시작한지 수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면 어른 분들의 성화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니가 고기를 안먹어서 힘을 못쓴다"(-> 언제 저와 힘대결이라도 해보셨나요? ㅡ,.ㅡ), "저 팔뚝 얇은 것 봐라"(-> 저 원래 팔뚝 얇았습니다. ㅡ,.ㅡ ), "사람은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럼 나브라틸로바가 테니스 챔피언인건 기적인가요? ㅡ,.ㅡ) 등등... 단백질에 대한 이루 말할 수 없는 환상("단백질 이야기"를 읽어 보십시오)에 기초한 '한말씀'들이 수없이 이루어 집니다. 그래서 명절때마다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죠. 그나마 요즘은 조금 나아지셔서... "채식하면 힘은 없지만 오래 산다고는 하더라" 정도의 말씀들을 하십니다. ㅠㅠ
이런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 채식을 한다고 했더니 주변에 좀 안다는(?) 사람들이 꽤 전문적인 이야기를 꺼내며 채식은 안된다고들 하더군요. 그래서 논쟁을 좀 하다가... 아예 관련 논문들과 전문서적까지 뒤져가며 공부를 해서 반론을 폈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까지 어렵게 공부해가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채식을 할 이유가 있냐"고 하더군요. 먼저 시작할때는 언제고... 나보고 어쩌라고~ ㅠoㅠ
그래도 요즘은 많이 나아져서, 적어도 저 또래의 사람들에게서 채식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많이 줄었습니다. 배려해주는 경우도 많았고요.
아무튼... 이렇게 사람의 채식에 대한 반발도 상당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의 채식(혹은 채식에 가까운) 자연식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셨다는 분들이 계신게 솔직히 무척 놀랍습니다. 아마도, 자연식에 대한 정보가 무척 부족한 시절에 저희 방식의 자연식이 소개되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에 대한 채식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한국사회에서 고양이의 채식에 가까운 자연식이 이정도의 관심(?)을 받을 줄은 미처 짐작을 못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소개할때에도 무척 조심스러웠었죠. 그런데, 심지어 채식에 가까운 자연식을 먹여도 괜찮은지 전문가들에게 문의하셨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 전문가(?)분들을 대신해서 제가 미리 답변 드리겠습니다. "고양이에게 채식 시키지 마시길 바랍니다."
사람의 경우도 병원에 가서 의사분들에게 채식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기는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하물며... 육식 동물이라는 고양이에게 채식 혹은 채식에 가깝게 먹여도 되냐는 질문에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뭐라고 답할지는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채식 위주의 자연식에서도 단백질 비율이 30%는 쉽게 초과합니다. 신경을 조금 더 쓴다면 단백질이 40%에 이르는 레시피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업 건사료는 단백질 비율이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그정도의 단백질 비율을 갖는 건사료를 만드는데에는 동물성 재료를 얼마나 사용했을까요?"
게다가... 여지껏 아르기닌이나 타우린 같은 아미노산이 육류에만 있다고 설명하는 수의사들도 더러 있습니다. 그 잘난 외국 홈페이지들에도 여전히 그런 글이 써있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자... 결론입니다. 자연식을 준비하시면서 채식 위주의 자연식과 육식 위주의 자연식에서 고민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육식 위주의 자연식(육류를 80% 이상 사용하는 생육식 자연식이나 익힌 육류를 50% 이상 사용하는 화식 자연식)을 만들어 먹이시길 바랍니다.
단, 위에서 설명했듯이 저희처럼 고양이에게 도살된 가축을 먹이는 것에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계신분들이시라면 한번쯤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같은 고민속에 실천해 나간 선배들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자연식을 만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선배들의 경험담은 다음의 글들에서 접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crystalcats.net/zboard/zboard.php?id=cook&no=49 개와 고양이의 채식
http://www.crystalcats.net/zboard/zboard.php?id=cook&no=33 CARNIVORE NO MORE
http://www.helpinganimals.com/h-vegcat-feeding.html
http://www.helpinganimals.com/h-vegcat-meals.html (위의 두 글은 PETA의 글입니다.)
http://www.amazon.com/exec/obidos/tg/detail/-/0974218006/qid=1117801756/sr=1-1/ref=sr_1_1/103-6761840-2207061?v=glance&s=books
http://www.vegancats.com/faq.html
http://www.all-creatures.org/articles/petfood.html
http://home.att.net/%7Estarfurry/vegancats.html
http://www.vegepet.com/
http://www.petfoodsho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