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화장품에 대해 관심을 갖게되고 직접 만든 녹차스킨이나 호호바오일등을 사용하면서 '자연에서 배우는 피부 살림법'이란 책을 알게되었지만.. 그동안 책을 사놓고서도 몇달이 흐르도록 그 안에서 소개하는 화장품들을 만들 생각도 안할만큼 귀차니즘이 절대적인 우세였었다.(예상했던 결과지만. ^^)
사실 소개된 화장품 제조방법들이 평소 집에 없는 재료들이 많다고 느껴져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얼마전 갑자기 계란부침을 껴먹는 길거리식 토스트에 입맛이 당겨서 야야와 둘이서 하루밤동안 계란 10개를 부쳐서 토스트를 해먹는 미친짓..을 한번도 아니고 두세번을 저지르게 되었는데, 덕분에 냉장고에 계란이 남아있게 된 것이 화장품 제조의 첫번째 계기가 되었다.
두번째 계기는 한두달 전부터 소화기관들이 탈이 났는지 가뜩이나 별로 안좋던 장이 말썽을 일으키면서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당연한 결과로 피부에도 그대로 장 속의 전쟁이 재현되었다는 점이었다. 화장품들의 끔찍한(?) 폐해를 알게된 후 화장을 일체 끊고 비누 사용도 자제하고 있는 중이었음에도 내 얼굴엔 갑자기 발진처럼 돋아난 여드름이 진정되고 들어갈 기미는 커녕 점점 흉칙하게 붉긋하고 딱지 앉은 모습으로 범위를 '옮겨'다니며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예전보다 무조건 피부가 안좋아진건 아니고.. 좋은 변화들도 있었다.
첫번째는 화장을 안한 상태에서 몇시간만 지나도 T 존 부위가 번들거려지던 일명 '개기름'이 순식간에 사라진것이다. 이건 내 피부가 지성이라고 철썩같이 믿어온 나에게 상당히 놀라운 결과였다. 예전엔 화장하고 외출하면 모 기름종이 씨에프에서 처럼 화장실에 갈때마다 기름종이 한두장을 얼굴 기름으로 완벽히 채우며 흐뭇해하곤 했었는데
이젠 '기름종이는 안녕~~'이다. ㅎㅎ
두번째 변화는 얼굴 색의 변화. 한마디로 예전엔 화장을 안하고 슈퍼라도 갈려고 거울을 볼라치면 거울에 비추인 누렇고 얼룩덜룩한 안좋아보이는 칙칙한 안색때문에 우울해지곤 했는데, 일체의 화장품을 끊은 후부턴 얼굴색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한마디로 맑아지고 있다고할까.
물론 남들이 보기엔 아직도 안좋은 혈색과 피부겠지만 난 화장을 하지않고 눈썹정도만 그리고 외출할 배짱이 생겼다. (말그대로 객관적인 근거는 절대로 찾을 수 없는 배짱이다.)
얼굴색이 좋아지니 요새 솟은 여드름들이 더 도드라져보이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메베나 파우더를 멀리하고 창피해도 그냥 다닌다.
그리하여 근본적인 치유를 위해 장을 다스려보고자 내가 무척 사랑하는 청국장을 열심히 먹어주려고 했건만, 비극적이게도 청국장 띄우기에 거듭 실패를 하고 있었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반신욕. 흠, 몸의 균형을 찾고 장을 치유하는덴 수승화강을 돕는 반신욕이 적당하겠다.싶어 본능적으로 물을 싫어하는 지저분한(?) 성격이지만 당장 시작했다. 해보니 아직 장이 확 좋아졌다까진 모르겠지만 눈에 띄는 피부에는 좋은 작용을 한다는 것을 느낄수 있더군.
그런데 결정적으로 물이 아깝다는 생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반신욕을 할때마다 악간의 죄책감에 시달리게된다. (이런 사소한 일에도 팍팍 스트레스를 받으니 장이 안좋아지는거지..ㅠㅠ)
암튼간에, 이런 저런 압박으로 천연 화장품을 본격 제조하게되었는데.. 처음 시도한 것은 '유분 조절제'와 '발산정지제'계란과 식초, 바셀린, 크림치즈가 재료라 비교적 만들기 쉬워보였고 여드름 치료에 좋다하여 선택.
밑에 진한 노란색인 것이 유분조절제, 위의 연한 색깔이 발산 정지제다.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는데, 유분조절제에는 계란 노른자만 사용하기 때문에 흰자를 모두 버렸다는 것이다..알고보니, 미백제의 재료에 흰자가 고대로 들어가는 것이다..(젠장)
반신욕 후 한번씩 써보았는데 써본 소감은..일단 유분 조절제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것.색조 화장품을 지우는 클렌징으로 사용하면 좋다고하는데 나는 화장품을 사용하질 않으니 의미가 없겠고..
지금 내 피부상태는 유수분 밸런스가 어느정도 맞추어진 상태가 되어서인지 말 그대로 유분조절의 목적에 얼마나 부합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얼굴에 쌓여있는 각질을 연화시키고 순환에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그 뒤 곧바로 발산 정지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 두 화장품의 효과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산 정지제는 느낌이 좋았다. 마사지를 계속 하면서 각질이 때처럼 밀려나온다고 했는데 내 경우 이미 각질들이 많이 제거되어서인지 열심히 밀어도 기대처럼 때가 밀려나오진 않았다.
몇달 전부터 호호바오일과 스위트 아몬드 오일로 마사지를 해왔는데 그때는 끊임없이 각질이 밀려나오곤 했었다.(오일 맛사지하면서 얼굴 미는거 상당히 재밌다..^^;;)
그런데.. 이번 경우에는 각질 대신 의외의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니.. 그건 바로 피부 속에 들어있던 피지 알맹이들이었다. 역시 내 피부는 지금 자갈밭 상태였던 것인가..(여드름이 기승이니 당연하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알수없는 하얗거나 반투명한 알맹이들이 마사지하는 손에 줄줄이 딸려나와서 휴지에다 수시로 손을 닦아가며 해야 할 정도였다. 만져지기만 하고 죽어도 안짜지고 숨어있던 여드름도 갑자기 튀어나와서 놀래키기도하고.. 대략 30-40분 동안 정말로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흐뭇~^^)
이렇게 한참을 돌을 캐내고 깨끗히 세수를 하고나니, 여드름들이 상당히 가라앉아 평탄해졌음은 물론, 손으로 만져봤을 때 피부톤이 무척 부드럽고 매끄러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만세~)
하루, 단 한번 사용만으로 이런 효과를 보다니..정말 성공적이라고 평하지 않을수 없다. 반신욕과 함께 병행해서 효과가 더 좋았겠지.
내친김에 해독세정제도 만들기로 했는데, 이건 좀 까다로운 재료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고민 끝에 집에 있는 좀 다른 재료들로 대체하여 만들기로 했다. 숯가루 대신 황토가루로, 쑥가루대신 다시마가루로.. 이 얘긴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