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비타민 E, 걱정하지 마세요 :: 2009/11/15 17:52
제가 배포했던 분석표(http://www.crystalcats.net/tt/784)로 계산을 해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몇가지 필요량을 맞추기 어려운 영양성분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아마 가장 까다로운 것들 중의 하나가 비타민E일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걱정 안하고 대충 맞춰서 주고 있습니다. 비타민E를 요구하는 비율에 맞추기 위해서는 상당히 인위적으로 비타민E가 많이 함유된 식재료를 추가해줘야 하는 것으로봐서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이유로 높게 책정해 놓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등푸른 생선 위주로 장기간 먹일 때 발생할 수 있는 황색 지방종(http://www.crystalcats.net/tt/73) 같은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던가.
아무튼 이런 의심을 가지고 언젠가 제대로 한번 공부해 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아마 몇몇 분들이 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셨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나네요)이번에 큰 맘 먹고 이것 저것 찾아봤습니다. 차근차근 설명해 보도록 하죠.
1. 비타민 E 필요량
일단 NRC의 1986년 자료를 기준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NRC에서는 성묘의 경우 (집에서 사는 고양이들은 비교적 비활동적이라고 가정하고)활동적이지 않은 경우 체중 1 kg 당 하루 70 kcal 를 섭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NRC에서는 열량 밀도가 5 kcal/g인 건사료의 경우 건사료 1 kg 당 30 IU 의 비타민E를 함유해야 한다고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체중 1 kg 당 하루 70 kcal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열량 밀도가 5kcal/g인 건사료를 14 g 섭취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체중 4 kg 이면 56 g 이겠죠. 다시 체중 1 kg 기준으로 돌아가면 14 g 이고 건사료 1 kg 에는 30 mg 의 비타민 E가 필요하므로 사료 14 g 에는 0.42 mg 의 비타민 E 가 함유되어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비활동적인 성묘의 경우 하루 체중 1kg 당 0.42 mg 의 비타민 E 가 필요다하는 뜻이 됩니다. 체중 4 kg이면 약 1.7 mg이 되겠군요. 참고로, 제가 올린 글들을 꼼꼼히 뒤져보시면 이 필요량이 살짝 다른 경우를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이건 사료의 열량 밀도의 차이, 비타민 E의 단위인 IU의 환산 방법, 필요 열량이 문헌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다거나 하는 이유로 나타나는 오차입니다. 제가 성묘와 성장기 고양이를 혼동한 경우일 수도 있고요. 어쨌든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대충 넘어가 주셔도 되겠습니다.
2. 왜 이만큼 인가?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 필요량은 어떻게 결정되었을까요. 1986년에 출판된 NRC 보고서의 해당 부분을 살펴보면 몇가지 연구 사례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다른 사례도 비슷합니다. 비타민 E 가 없는 음식에 여러 생선오일을 섞어 먹이고 비타민 E를 준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을 비교한 연구들이었습니다.
이 보고서가 1986년의 것이어서 이번에는 최근 연구 사례를 찾아봤습니다. 아래와 같은 논문이 금방 검색되어서 나오더군요.
Vitamin E Requirement of Adult Cats Increases Slightly with High Dietary Intake of Polyunsaturated Fatty Acids
여기서도 비슷하게 24%의 salmon protein meal, 23%의 salmon oil, 16%의 frozen salmon으로 구성된 음식을 먹였습니다. 무려 63%가 생선이네요. 여기에 비타민E 함유량을 각각 다르게 줘가면서 26주 동안 관찰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비타민 E 결핍증의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비타민 E를 조금만 준 고양이들은 물론이고 비타민 E를 따로 주지 않은 고양이들의 혈중 알파토코페롤(비타민 E)의 농도 역시 예전에 보고된 비타민 E 결핍 고양이들의 경우보다 높은 편이었고요.
왜 이렇게 비타민E 결핍증을 안 보이는지에 대해 몇가지 가능한 설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셀레늄이 충분하면 비타민E 결핍증을 예방하는데에 도움이 되는데 실험동안 먹인 음식에 충분한 셀레늄이 들어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배포한 분석표에 셀레늄이 빠져있죠. 식재료의 셀레늄 함유량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아예 제외시킨 경우에 해당하는데요, 제가 예전에 저희 자연식을 가지고 계산해봤을 때에는 필요량을 쉽게 충족시키곤 했었습니다.) 그외에 음식에 함유되어 있던 다른 항산화제 역할을 하는 성분들의 영향도 있었을 것 같다고 하고요. 또한가지 가능성으로는 생선오일의 질에 대한 것입니다. 산화된 오일을 섭취하면 비타민E 결핍증에 쉽게 걸리곤 하는데 실험에서 먹인 음식들은 산화된 오일이 거의 없는 상당히 고품질이었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가능성은 비타민 E 결핍증이 26주 보다 늦게 나타날 가능성. 이 연구 자체가 비타민 E 결핍증을 보고한 다른 연구들에 비해 기간이 짧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비타민 E를 추가로 주지 않은 고양이들 조차도 연구 마지막에 오히려 혈중 비타민E 농도가 좀 높아진 걸 보면 더 오래 먹였다고 결핍증이 나왔을 것 같지는 않다고 하는 군요.
아마 연구진은 생선의 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믿는 듯 합니다. 실험 시작한지 약 10주 쯤 후에 모든 고양이들에게서 혈중 비타민E가 오히려 증가한게 보이는데 그 이유가 체내의 산화된 지방들이 음식을 통해 좋은 질의 지방들로 대체되었고 그래서 비타민E의 소모도 줄다보니 오히려 혈중 농도가 증가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론 부분에서 말하길 AAFCO에서는 사료 1 kg에 1g 의 생선오일을 추가할 때마다 비타민 E를 약 10 mg 정도 넣어야 한다고 권하고 있는데 생선 오일의 질이 좋다면 이를 반으로 줄여도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3. 이제 결론을 내려봅시다.
요약해보죠. 1986년 NRC의 비타민E에 대한 기준은 불포화지방이 과다 섭취 될 수 있는, 생선이 과량 사용된 음식을 장기간 먹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비타민E 의 결핍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해졌다고 여겨집니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에서는 생선 오일을 과다하게 먹인다 해도 오일의 질이 좋다면 결핍증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고 하고요. 또 한가지 재밌는 사실은 불포화 지방이 많은 생선일 수록 비타민 E 의 함유량이 높은 편이고 그 비율이 과도한 불포화 지방으로 인한 비타민E 결핍증을 예방할 수 있는 적합 비율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http://www.crystalcats.net/tt/73)
결국, 비타민 E가 NRC의 권장량보다 적다고 해서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 자연식을 먹이시는 경우 생선이 (위에 소개한 연구 사례에서 처럼)과도하게 함유되는 경우도 거의 없고 설사 생선 위주로 먹인다 하더라도 질이 좋은 재료를 사용한다면 결핍증을 예방할 수 있으니 비타민E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겁니다.
단, NRC 기준보다 얼마나 적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정보를 찾지 못했습니다.
또 한가지, 새롭게 2006년에 발표된 NRC의 보고서(http://www.crystalcats.net/tt/794)에서는 비타민E 권장량이 오히려 늘었습니다. 이게 여전히 비타민E 결핍증 예방을 위한 예방적 조치인지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여전히 전문을 구해보지 못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아마 예전과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고양이들 사료, 특히 캔사료에 생선이 많이 들어간 제품들이 진열대에 그득하거든요. 질이 좋을 것 같지도 않고요. 적어도 여기 미국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