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야야]고양이는 단맛을 못느낀데요. 그런데... :: 2007/03/31 12:24

미국의 고양이 사료 리콜 사태에 대한 반응들이 궁금해서 이것 저것 검색해보다가 발견한 기사. 고양이 커뮤니티들 사이에서 꽤 주목을 얻고 있는 기사인 듯 합니다..

출처는 http://www.gonews.co.kr/common/result.asp?sFrstCode=004&sScndCode=023&sThrdCode=000&sCode=20070310120917727

제목은 '고양이 잔인한 쥐사냥은 단맛 못느끼기 때문'

내용을 요약해보면,

고양이는 단맛을 못느낀다.
그 이유를 이번에 외국 연구진이 밝혀냈는데, 어쩌구 저쩌구.

사실, 고양이가 단맛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는 새롭게 밟혀진 이야기가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도 적어도 70년대쯤에 이미 알려져 있었고, 그래서 고양이 자연식에 대해 이것 저것 공부한 사람들은 많이들 알고 있는 사실이죠. 즉, 저 연구 결과는 그 이유(유전자가 어쩌구 저쩌구 쏼라쏼라~)를 과학적으로 밝혀낸 데에 의미가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저 기사가 주목을 받는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기사 맨 아래에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애완동물 먹이 제조 업체들이 먹이 안에 곡물이나 옥수수를 첨가한다. 브랜드는 "이러한 먹이를 먹고 자란 고양이들이 당뇨병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양이는 원래 그런 식품을 먹는 동물이 아닙니다. 먹고서 소화해낼 수 없게 되는거죠."라고 경고했다

예전에 올렸던 글 '고양이와 식물성 음식-두번째(탄수화물과 당뇨병)'에서도 설명했듯이 고양이가 탄수화물 소화흡수 능력이 떨어지는게 맞긴 한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심각할 정도는 아닙니다. 게다가 사료에 함유된 탄수화물이 당뇨병을 일으킬 정도일 것 같지만 확실하게 그렇다고 말하기에는 근거가 아직 부족하고 자연식에 들어가는 정도의 탄수화물은 무척 안전한 수준이라는것이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지식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과학자가 "당뇨병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거나 "소화해낼 수 없게 되는거죠"라고 말했다는 것을 보고는... 새로운 과학적 연구를 통해 확실히 밝혀낸 것인가? 고양이는 탄수화물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소화가 불가능한가? 그래서 당뇨병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은가? 라는 의문과 걱정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거 외신기사를 번역한 것입니다. 경험으로 보건데... 대한민국 언론들은 외신기사를 제대로 전달하는 능력이라는게 많이 부족하죠. 이걸 기억해내고 기사 원문을 찾아봤습니다.

Scientific American이라는 과학잡지에 실린 기사더군요. 이 잡지는 꽤 유명한 대중과학잡지(라고 보기에는 쫌 어려운가?)이고 사이언스 올제라는 제목의 한국판(http://www.scienceollze.com/)도 있습니다. 이 잡지에 실린 기사가 번역기사와 내용도 거의 같고 구성도 같아서 이 기사를 번역한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문제의 부분에 해당하는 원문을 찾아봤습니다.(전부 보시려면 http://www.sciam.com/article.cfm?articleID=32EA05AC-E7F2-99DF-3B28FBBB0352D1C3&sc=I100322) 참고로, 그 내용은 연구결과 내용이 아니고 이 과학자가 인터뷰때 한 말 입니다.

"This may be why cats are getting diabetes," Brand offers. "Cat food today has around 20 percent carbohydrates. The cats are not used to that, they can't handle it."


원문 어디를 살펴봐도 '고양이들이 당뇨병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번역될 부분은 안보이는군요. 두번째 부분에서 '고양이는 원래 그런 음식을 먹는 동물이 아니다'라고 의역한 것은 별로 문제될게 없지만 그 다음 부분을 '먹고서 소화해낼 수 없게 되는 거죠'라고 번역한건... 이건 좀 애매하군요.

번역된 의미가 이 과학자가 말하려는 의도 그대로였다 하더라도 이 내용을 가지고 고양이가 탄수화물을 소화해 낼 수 없다라고 보는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과학자라는 사람들이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밝힐 때 조심해야 하는게... 위의 경우처럼 전혀 소화해 낼 수 없다라는 의미인지 고탄수화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는 의미인지 모호하거든요. 기사를 읽는 대중들은 그렇게 꼼꼼히 따져서 읽지를 않으니까요. 지난번 아토피와 식품첨가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던 식약청의 과학자들이 삽질을 했던 것도 비슷한 문제였죠.(물론 그쪽은 무척 심각한 수준이었지만. 어이구, 망신. 사람들이 보기에 대한민국 과학자들은 모두 그 사람들 처럼 허접하다고 볼까봐 걱정.)

아무튼, 이부분은 이 과학자가 과학적으로 밝혀낸 부분이 아닙니다. 논문에도 이런 내용은 없습니다. "내가 보기에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강조해서 말한 정도에 불과하겠죠.

즉, 고양이가 탄수화물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편이고 고탄수화물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탄수화물을 조금이라도 먹였다가는 큰일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고양이에게 (생식이건 화식이건)자연식 먹이시는 분들 중에 혹시라도 저 기사 보시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걱정 내려 놓으시길 바랍니다. 사료를 먹인다면 모를까... 자연식에 들어가는 정도의 탄수화물을 가지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본문 중간에 링크해 놓은 글('고양이와 식물성 음식')을 참조하십시오.

2007/03/31 12:24 2007/03/3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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