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새 vs. 꾸냥

2007/05/30 06:22

가끔 새를 잡아보려고 하는, 그리고 몇번 잡아왔던(ㅠㅠ) 테라와 달리 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꾸냥이가...

어느날 갑자기 새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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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한 것이... 저 새는 꾸냥이가 가까이 가도 도망칠 생각을 안하고 있었음.


 

요녀석임. 꿈쩍도 안하고 위만 바라보고 있음.


 
꾸냥이는... 딴청 피우는 척 하는 중???


 
가까이 다가가서는 왼팔을 살짝 들고...






톡!

 

안 도망간다?



 
당황(?)하는 꾸냥.



 
좀 더 용기를 내서 점프~
(자세히 보시면 새가 이제서야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보입니다)



 
도망갔다. 역시.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이 녀석은?


어미새?

꾸냥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몸을 낮춰 공격을 피하는 꾸냥이와 꾸냥이를 스쳐지나가는 어미새(오른쪽).
(연출 아닙니다)



 
결국 겁먹고 다시 바닥으로 내려온 꾸냥이와...



 
마치 훈계하는 듯 째려보고 있는 어미새.


(아래는 픽션입니다)

 
꾸냥이는 혼나고 있는 중...



 
딴청을... ㅡ,.ㅡ


 

어허~ 어른이 혼내시는데 어딜 딴청을~


 
꾸냥: "죄송합니다..."


 
졸기 까지??



 


꾸냥: "안 잤는데요"


 

사실은 이리 저리 날아다니면서 꾸냥이를 위협하는 어미새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뿌듯해하는 것일까?

정리:
처음 꾸냥이가 관심을 보였던 대상은 덩치도 작고 어미새와 달리 털색도 흐릿하고 꼬리부분도 작은 것으로 보건데 아마도 이제 막 비행 연습을 시작한 새끼였던 것으로 추정됨.
그래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탓에 꾸냥이가 다가가도 위쪽(아마도 어미새들이 있었던 위치. 어미새도 한마리가 아니라 암수 둘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만 바라보고 있을 뿐 위험(?)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음.
이후 새끼가 위험에 빠진것을 참고 볼 수 없었던 어미가 꾸냥이를 위협하기 시작.
꾸냥이는 겁먹고 후퇴.

그래서, 새끼새도 고양이가 접근하면 도망쳐야 한다는 점을 배울 수 있었고 꾸냥이도 함부로 작은 동물을 건드리면 큰코 다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뒷 이야기가.... ㅡ,.ㅡ



여기서 끝났다면 별 일 아닙니다만.... 약 30분 쯤 후에 비극이 발생했습니다.


꾸 냥이가 사냥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2,30분쯤 후에 다시 나가는걸 봤는데... 잠시 후... 꾸냥이가 아닌 테라가 뭔가를 입에 물고 집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화들짝 놀라서 소리 지르며 쫓아가보니... 테라가 입에서 떨어뜨린건 새 한마리. ㅠㅠ

자세히 살펴보니 아까 그녀석은 아니고 다른 녀석. 어쩌다 잡힌건지...

예 전에 테라가 물어왔던 새들은 마구 소리라도 질러댔었는데 이녀석은 가끔 입을 벌려서 힘들게 숨을 쉬기만 할 뿐 소리도 못내고 있었습니다. 눈도 못 뜨고 있었고요. 제가 테라를 막는 사이에 테라네가 손으로 들어서 살펴봤는데 뭔가 상처를 입은것 같긴한데 상처인지 아닌지 애매하더군요. 아무튼, 예전의 경우들과 달리 이 녀석은 곧 죽을 것 같아서... 한숨 푹푹 쉬며 고통스럽지 않게 빨리 죽게 해주는게 더 좋은게 아닐까... 영화에서는 이런 경우 목을 꺾어서 죽여주던데... 차마 그럴 용기도 없고... ㅠㅠ

도대체 테라는 저 녀석을 어떻게 잡아온걸 까요. 이빨도 몇개 안남았는데다가 운동 신경도 꾸냥이보다 뒤지는 녀석인데 말이죠.

그렇게 난감해 하는 사이에 테라네가 다시 이 녀석을 몇번 만져봤더니 눈도 뜨고 파닥이는 것으로 봐서 생각보다 심각한 상태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래서 밖으로 다시 나가서 우리 고양이들이 절대 다가가지 못할 풀숲에다가 놔두고 상황을 보기로 했었습니다. 시간을 두고 있다가 다시 와봤을 때 상황이 더 안좋아지면... 어떻게든 수를 써야 할테고(뭘 어찌해야 할지 전혀 감이 안잡히는 상황이었지만), 아니면 다행이고.

한시간쯤 후에 가보니 이녀석이 처음 놓아둔 장소에서 몇발짝 움직였더군요. 여전히 힘들게 숨을 쉬고 있는듯 보였지만 저렇게나마 움직이는 것을 보니 괜찮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리고 다시 몇시간 후에, 기운 차리게 뭐든 먹을것을 줘볼까 하는 생각에 집에 있던 귀리(씨리얼로 먹고 있었습니다)와 물을 조금 준비해서 다시 찾아가 봤더니... 없어졌더군요. 주변을 다시 찾아봐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기운을 차리고 날아서 도망간것이겠죠? 그렇게 믿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도 다기 가봤는데 역시 안보이는군요. 잘 도망갔기를...



테라는 새를 보면 가끔 몸을 낮추고 살금살금 다가서는 행동을 합니다. 그만큼 사냥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겠죠.('테라의 채집일기' 참조) 반면 꾸냥이는 그런 모습을 보인적이 없었죠. 처음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꾸냥이는 새에게 다가갈 때 몸을 숨기거나 하지도 않았습니다. 아마도... 잡아볼 생각 보다는 "이게 뭐냐?"하는 마음에 한번 건드려 보고 싶었겠죠. 다가가서 발로 톡 건드려 보는 모습을 봐도 그런것 같고요. 그래서 그냥 사진만 찍고 있었고 별로 걱정을 안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또 이런 일을 겪고보니 안심이 되질 않더군요. 저러다가 언젠가는 새를 사냥하게 되는 날이 올 것도 같고요. 그리고 테라는 이미 야수(?)가 되버렸고... ㅡ,.ㅡ

곰 곰히 생각해보니 테라가 새를 물어온 경우는 대부분(이번까지 포함해서 세번중에 두번) 테라에게 목걸이(방울이 달려있습니다)를 해주지 않은 경우였었습니다. 그래서 당장 두 녀석에게 그동안 잊고 지냈던 목걸이를 다시 걸어줬고, 하나로도 모자랄것 같아서 앞으로는 방울도 하나정도 더 구해서 달아줄 생각입니다. 집에서 등따시고 배부르게 지내는 녀석들이 흥미로 사냥을 하는 것은 용납이 안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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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산책, 꾸냥, 테라의 채집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