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얼마나 먹여야 하나?

2006/11/26 12:04

"고양이에게 얼마나 먹여야 하나?"

사실 이 질문은 오랫동안 저를 골치 아프게 만들고 있는 질문 입니다. 고양이에게 자연식을 벌써 수년째 먹여오고 있는데 아직도 저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모른다니 좀 부끄럽기도 하군요. 하지만... 그럴만도 합니다. 왜냐하면.

사료의 경우를 봅시다. 사료회사마다 조금씩 다를수 있긴 하지만 대개 체중 4kg 기준으로 약 60~70g 정도의 건사료를 먹이라고 합니다. 건사료의 열량은 대개 1 g 당 약 4 kcal 정도이므로 열량으로 따지면 체중 4 kg의 고양이에게 건사료로 하루 240~280 kcal를 공급해야 한다는 뜻이 됩니다.

NRC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활동적이지 않은 고양이에게 체중 1 kg 당 60~70 kcal 의 열량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체중 4 kg 의 고양이라면 240~280 kcal 에 해당하니 사료회사들이 정확히 이 가이드라인들 따르고 있는 것입니다.(대부분의 고양이가 실내에서만 지내고 있으니 활동적이지 않은 고양이로 분류하는게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럼 자연식은 어떨까요.

생식 자연식의 경우를 따져봅시다. 책이나 외국의 사이트들을 찾아보면 생식 자연식의 경우 권장 급여량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반컵, 4분의 3컵, 몇 테이블스푼씩 하루에 여러 차례 등등 좀 모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정도의 양을 무게로 환산해보면 대충 100g이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적게는 80g 정도에서 180g 정도까지 다양합니다). 국내에서 생육식 자연식을 먹이는 경우는 대개 하루에 120~150 g 정도씩 먹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체중에 대한 급여량을 정확히 설명하는 경우가 없긴 합니다만 아마도 체중 4~5kg 정도에 해당하는 급여량일 것입니다. 자연식의 경우 수분을 거의 그대로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개 자연식 1 g 당 1 kcal를 조금 넘는 정도이므로 자연식으로 하루 120~150 kcal의 열량을 공급하라고 권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차이가 너무 큽니다.

건사료의 경우 하루에 적게는 240 kcal의 열량을 공급하는 셈인데 자연식의 경우 권장량을 따른다면하루에 건사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열량을 공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자연식의 급여량이 잘못된 것일까요?

그런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육식 자연식의 역사도 그리 짧지 않은데 이 정도로 급여해서 문제가 생겼다면(예를 들어, 집단 영양 실조?) 진작에 권장량이 조절되었겠죠. 외국의 경우 생육식을 직접 판매하는 곳들이 있는데 이들이 권장하는 급여량도 역시 (체중 4kg 기준으로)100g 정도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건사료의 권장 급여량이 잘못된 것일까요?

저는 그동안 건사료의 권장 급여량이 잘못 책정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해왔었습니다. 실험 방법상의 오류가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예를 들어, 주로 건사료로 실험을 해왔을 것이고 건사료의 경우 수분이 거의 없어서 부피가 작으니 고양이들이 실제로 자신의 몸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많이 먹었을 가능성, 그리고 이 때문에 필요량이 너무 높게 책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대표적이었죠. 그래서 관련 논문들을 찾아봤습니다(이미 예전부터 논문을 찾아보고 직접 확인을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귀찮아서... ㅡ,.ㅡ 물론 대부분의 논문의 본문을 구할 수 없어서 이번에도 초록들만 읽어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초록조차 구하지 못한 논문이 많아서 최소한 초록이라도 읽어본 논문은 몇편밖에 되지 않습니다.). 80년대 이후의 연구들은 예상했던데로 대부분 건사료를 이용한 연구였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비교적 수분 함유량이 높은 습식사료를 이용한 연구도 있었고 이들 모두 비슷한 연구 결과를 보고하고 있었습니다. 그 전의 연구들(50년대부터 70년대까지)의 경우 아마도 건사료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고양이용 건사료가 보급된게 아마 70년대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아닌가?) 좀 더 확실한 비교가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 시기의 연구 논문은 초록조차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50년대부터 80년대 까지의 관련한 연구 내용을 요약한 논문을 구할 수가 있었는데 이 연구 결과들 모두 대부분 비슷한 결과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즉 체중 1kg 당 60~80 kcal 의 열량을 적정 열량으로 보고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뭐가 뭔지 모르는 상황으로 돌아왔군요.

개인적으로는 건사료의 권장 급여량이 여전히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 같다고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근거를 대라면 제시할게 거의 없긴 합니다만, 건사료를 먹는 고양이들에게서는 비만, 과체중이 꽤 흔하게 보이는 것 같지만 자연식을 오랜기간 먹어온 고양이의 경우에는 이런 경우들을 별로 본적이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네, 근거가 무척 희박하죠). 하지만 이렇게 결론 내리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건사료의 권장 열량이 정확히 책정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건사료를 먹어서 과체중이 된게 아니라 건사료를 권장량 이상으로 먹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물론 수분이 없는 건조식품이어서 과식하기 쉽기 때문에 과체중이 되기 쉽다는 혐의는 여전히 벗어나기 어렵겠죠.).

글을 이렇게 애매하게 끝낼수는 없으니 뭔가 결론 비슷한것을 적어보겠습니다.

건사료를 통한 일일 권장 열량이 자연식의 경우보다 지나치게 높지만 이 수치가 잘못 책정되었다고 결론 내리기는 무척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자연식쪽에서 말하는 권장 열량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도 또한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니 급여량에 대해서 엄격한 제한을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연식을 먹일 때 체중 4 kg 기준으로 하루 적정 급여량을 100 g을 조금 넘는 정도로 책정하시고 고양이가 무척 많이 보챈다면 그보다 더 많은양, 최대 약 200 g을 조금 넘는 정도까지 먹이는게 가능하다고 여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체중 변화를 비롯한 고양이 신체상의 변화를 꾸준히 관찰하시길 바랍니다. 만약 체중이 꾸준히 늘어난다거나 운동량이 줄어드는 경우, 혹은 소화불량 처럼 과식을 의심할 만한 변화가 관찰된다면 먹이는 양을 줄이십시오.



* 한참 떠들었지만 결국, "체중 변화를 관찰하면서 급여량을 조절"하라는 자연식의 대원칙(?)을 다시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네요.


** 이와 관련해서 끄집어 낼 수 있는 이야기 몇가지

-자연식을 먹이기 시작한 이후 고양이들의 식탐이 늘었다는 경우

[ more.. | less.. ]
이 경우, 그 고양이에게 자연식의 일반적인 권장량은 부족한 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건사료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도 한끼를 굶었을 경우나, 좀 늦게 먹을 경우 공복감을 느끼는 것은 대부분 심리적인 원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사료를 먹던 고양이가 자연식으로 전환해서 사료를 먹던 시기에 비해 적은 열량을 섭취한다면 실제로 열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먹는게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자연식을 먹어와서 '식탐'이 필요 이상으로 늘어나 있지 않은 고양이들의 경우를 비교해보면 자연식의 권장량이 타당한지 아닌지 판단하기 쉽겠죠.(저희 고양이들의 경우 성묘가 되기 이전부터 자연식을 먹여온 경우인데, 밥 때가 지나면 배고파다고 보채긴 합니다만, 그리 심하지는 않아서 가끔 한끼 단식을 할 수 있을 정도 입니다. 외출 나가서 뛰어다니는 것을 즐길 정도니 에너지가 부족한 것 같지도 않고요.)

-건사료를 먹는 고양이들이 과체중에 걸리기 쉬운(?) 이유

[ more.. | less.. ]
흔히 건사료가 과체중을 유발한다는 의심을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원인을 몇가지 추측할 수 있겠죠. 건사료의 권장량이 높게 책정되어 있는게 사실이라면 그 자체가 원인이 될 것 입니다. 만약 권장량 책정에 문제가 없다면? 아마도, 건사료라서 부피가 적기 때문에 과식하기 쉽다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보이려면 건사료를 먹으면서 과체중인 고양이들이 실제로 얼마만큼의 건사료를 먹는지 확인해보면 될 것입니다. 대부분 권장량에 맞게 먹어왔다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건사료의 권장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을테고 반대로 대부분 권장량을 초과해서 먹어왔다면 '과식'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겠죠. 후자의 경우 건사료에 대한 혐의가 조금 가벼워 질 수 있겠군요. 권장량을 맞춘 건사료 급여량 자체가 고열량인 것은 아닌것이니까요. 물론, '과식'을 유발하는 원인이 건사료 자체에 있다는 혐의(건조식품이라서 부피가 작다는 점, 혹은 뭔가 과식을 유발하는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 등등..)는 여전히 남겠죠. 건사료에 비교적 많이 함유된 탄수화물이 열량이 높아서 과체중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본적이 있습니다만, 이건 사실이 아닙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에너지 밀도는 둘 다 약 4 kcal/g 정도입니다(지방은 9 kcal/g).




*** 참고삼아...

-임신한 고양이의 필요 열량 및 체중 변화
[ more.. | less.. ]

위 그래프는 (아마도)건사료를 기준으로 책정된 임신묘의 임신, 수유기간별 에너지 필요량을 나타낸 그래프 입니다. 실선은 체중 변화, 계단처럼 표시된 그래프는 필요 열량을 각각 보여주고 있습니다. 왼쪽의 수직축에서 체중 변화, 오른쪽의 수직축에서 필요 열량을 읽으시면 됩니다. 즉, 교미시기 3.4 kg이 조금 안되는 체중이었을 때에는 약 300 kcal 가 필요하고 7,8주 정도에 최대로 증가해서 500kcal가 조금 못미칩니다. 9주 조금 지난 후 출산 직전 약 4.7kg 까지 체중이 증가했고 필요 열량은 반대로 살짝 감소합니다. 출산 직후 4.2kg으로 감소했으며 수유기간 중에는 체중이 조금씩 줄어들지만 필요 열량은 급격히 증가합니다. 출산 6주 후 체중은 3.4 kg을 조금 넘는 정도까지 감소했음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필요 열량은 800 kcal까지 증가합니다. 평상시의 세배가 조금 안되는 열량이군요. 건사료의 급여량은 필요열량을 4로 나눈값이 됩니다. 즉, 800 kcal는 건사료 200g에 해당합니다. 자연식의 경우 1로 나눈값입니다. 즉, 800 kcal는 자연식 800g 에 해당합니다.(흠... 이 정도면 적정량인가요? 임신묘를 키워본적이 없어서...ㅡ,.ㅡa)
(출처는 Loveridge, G. J. 1986b. Body weight changes and energy intakes of cats during gestation and lactation. Anim. Tech. 37:15)


-성장기 고양이의 필요 열량

[ more.. | less.. ]
맨 왼쪽 첫줄은 고양이의 연령을 나타냅니다. 두번째 줄은 평균 체중, 그 다음 줄(Dry Type)은 건사료의 필요량, 마지막 줄(Canned)는 캔사료의 급여량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후 10주경의 고양이들의 평균 체중은 0.9~1.1 kg(최소값이 암컷, 최대값이 수컷에 해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정도 이고 건사료를 먹일 경우 고양이 체중 1 kg당 78g을 먹여야 하므로 이 시기 고양이들에게 70~86g 의 건사료를 먹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캔사료의 경우 체중 1 kg 당 227g 정도를 먹여야 하므로 이 시기 고양이들에게 먹여야 하는 양은 204~250 g 정도라고 설명하고 있고요. 자연식은 이 캔사료 급여량에 맞춰야 합니다만... 여전히 좀 많은것 같죠?
(출처는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의 Nutrient Requirements of Cats, Revised Edition, 1986)



**** 제보를 받습니다.
생육식 자연식의 권장 급여량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보신적 있으시거나 알고 계신분 계시면 알려주십시오.



-CRYSTALCATS.net

Tags

고양이 자연식, 급여량, 자연식, 필요 열량